스타트업에게 있어 홍보, 마케팅, 브랜딩은 또다른 숙제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놓으면 호평 속에 소비자들이 몰릴것 같지만 그렇게 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대중과 미디어는 스타트업이 어떤 서비스를 만들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 서비스의 매력을 알리고, 찾아올 수 있는 이정표를 꾸준히 남기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PR을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분야 전문가들이 포진한 에이전시를 통하면 되겠지만, 자금을 홍보에 돌리기 어려운 부족한 스타트업에게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사실 스타트업 마케팅은 뭉뚱그려 정의하기 어렵다. 마케팅을 잘 한다고 평가받는 회사들의 방식도 케바케(case by case)다.
관련 이슈에 대해 스타트업에서 PR 실무자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들은 어떤 관점,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을까. 시작은 드라마앤컴퍼니 PR & communication팀 백현지 매니저다.

드라마앤컴퍼니는 매주 월요일 마다 최재호 대표를 비롯한 전 임직원이 모여 회사 현황을 공유하고, 참석자 모두가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고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월드톡(월요일 드라마인들의 톡)’ 행사를 갖는다.
스타트업에서 홍보담당자는 어떤 일을 해야할까요.
일반적으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 좋은 홍보담당자는 ‘P할건 피하고 R릴건 알리는 사람’입니다. 회사의 현재 서비스나 제품에 대해 좋은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한편, 리스크를 관리하는 역할을 하죠.
스타트업 홍보담당자는 같지만 다릅니다. 현재 서비스를 알리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궤를 같이 하지만, 그에 더해 회사가 지향하는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도 알려야 합니다. 스타트업은 ‘현재까지 이뤄낸 가치보다 앞으로 만들어낼,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킬 가치에 집중하며 달려가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사나 서비스의 현재 모습보다 미래를 기대해달라는 얘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또, 스타트업은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사 인지도가 낮기에 일하는 방식에 대해 널리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회사에 있는지, 회사의 문화는 어떤지에 대해 알리는 일도 중요합니다.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알리는 역할이라고 하셨어요. 회사에서 어떤일을 하시나요.
제가 회사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크게 세 가지 입니다.
첫 번째로 회사 서비스를 알리는 역할입니다. 현재 드라마앤컴퍼니의 주요 서비스는 명함앱 ‘리멤버’입니다. 2014년 1월 정식 서비스 출시 이후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국내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아왔죠. 홍보담당자로서 리멤버를 더 널리 알리는 게 기본입니다. 이를위해 출입기자 리스트를 만들고 회사 주요 이슈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죠.
리멤버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는 데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리멤버에 좋은 동료를 모시기 위해서 입니다. CEO 뿐 아니라 동료들의 이야기를 소셜네트워크 등 채널을 통해 많이 노출시키고 확산시키는 노력을 합니다. 최근 회사 면접에 오신 분들 중 사내 블로그, 페이스북을 통해 회사 이야기를 접한 분들이 많아요.
두 번째 역할은 앞으로 리멤버가 제시할 가치에 대해서도 알리는 것입니다. 리멤버는 이제 명함앱에서 한 단계 발전해 ‘전문가 네트워크 서비스’로 넘어가려는 변곡점에 있습니다. 상반기 중 그 첫 시도가 구체화 됩니다.
지금까지의 리멤버는 ‘유틸리티 앱’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어요. 앞으로는 명함관리 서비스를 넘어 다양한 사람과 연결되고 비즈니스 기회를 만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인식되게 하려고 해요. 이를 위해 회사의 미래 모습을 담은 CEO 인터뷰나 기획기사를 언론에 지속적으로 피칭하고, 기자들과 미팅할 때도 꼭 회사의 비전, 현재 추진하는 일들과 계획까지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리멤버 사용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사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리멤버 출입기자들은 대부분 리멤버의 헤비유저인 경우가 많아요. 이들로부터 리멤버에 대한 평가를 듣고 이를 사내에 전달합니다. 기자 뿐만 아니라 리멤버 유저를 만나면 어떤 점이 좋은지, 어떤 점을 개선해야하는지 주변에 추천해줄 만한지 등을 묻습니다. 앞으로 어떤 서비스를 출시했으면 하는지에 대한 얘기도 듣고 전달합니다.
회사가 지향하는 가치, 방향성을 알리는 것도 중요한 일일텐데요.
넷플릭스에 ‘컬처 덱(culture deck)’이 있고, 우아한형제들에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있는 것처럼, 드라마앤컴퍼니에는 ‘드라마웨이(DRAMA WAY)’란게 있습니다. 회사가 지향하는 ‘일하는 방식’이죠. 크게 5개 핵심가치인 Problem-solving(문제해결), Passion(열정), Speed(스피드), Detail(디테일), Teamwork(팀워크)로 구성돼 있습니다.
특히, 그중에 스피드는 드라마앤컴퍼니 뿐 아니라 모든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덕목입니다. 새로운 시도를 할 때에 많은 시간과 리소스를 투입해 완결성 높은 무거운 서비스를 출시하기보다 작은 시도를 통해 사용자의 반응을 보며 서비스를 고도화시켜나가는 방식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리멤버가 지난 3월 말 시작한 ‘리멤버 라이브’는 빠른 시도의 좋은 예시로 꼽을 수 있습니다. 리멤버 라이브는 온라인 상에서 이루어지는 1대 다수의 실시간 Q&A 방송서비스입니다. 업계 최고의 전문가들과 회원들을 연결해주는 네트워킹 실험의 일환으로 기획된 리멤버 라이브는, 아이디어가 나온 지 1주일만에 진행자를 섭외하고 방송일자까지 확정지었습니다. 라이브 방송을 위한 기능을 자체 개발하지 않고 외부 툴을 쓰면서 빠른 실행과 검증에 집중했기에 가능했습니다.
현재 8회차까지 진행자 섭외가 완료된 리멤버 라이브는 매 회차마다 참가자들의 평균 만족도를 체크하고 앞으로 진행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합니다. 논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의 피드백, 진행하면서 느낀점 등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선해나갑니다.
리멤버 라이브의 경우 올해 계획에 없던 서비스인데요. 홍보담당으로서 어떻게 대응했나요.
리멤버 라이브는 PR & communication팀 업무와 직접적인 것은 없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제가 할 역할이 있다고 판단해 자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앞서 말한 드라마웨이 중 ‘열정’의 하위 항목에는 ‘주도성’도 있거든요. 주어진 일만 수행하는 것이 아닌 한 발 먼저 스스로 필요한 일을 실행한거죠.
본인에게 스타트업에서 일한다는건 어떤 의미인가요.
동료들이 한결같이 얘기하는 게 “입사 후 몇 개월 지나지 않았는데 마치 몇 년은 된 것 같다.”는 소감이에요. 저 역시 똑같은 느낌을 받고 있어요. 그만큼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부딪혀나가는 동료들이 있다는 건 큰 힘이되요. 앞으로도 드라마앤컴퍼니가 만들어갈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리멤버 라이브 현장